반갑습니다.
사례개념화기반 원예치료전문가 박진우입니다.
원예치료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원예치료 효과가 정말 있나요”
저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원예치료의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아닌 방식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다양한 기관과 내담자를 만나며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원예치료프로그램은 잘 설계되면 사람을 변화시키지만, 설계가 잘못되면 단순 체험활동으로 끝나게 됩니다.
오늘은 원예치료사로서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보게 되는 ‘실패하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의 특징’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활동은 있지만 치료 목적과 목표가 없는 프로그램
가장 흔하게 보이는 유형입니다.
유행에 따라 다육심기, 꽃꽂이 만들기, 계절식물 심기 및 꾸미기 활동
겉으로 보면 모두 원예 활동입니다.
하지만 치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왜 이 활동을 하는가?”
원예치료프로그램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이 아닙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내담자를 사례 개념화를 통해 분석한 후 그에 맞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합니다.
✔️ 정서 안정 프로그램인가?
✔️ 관계 형성인가?
✔️ 충동 조절인가?
✔️ 자기 효능감 회복인가?
목표가 없는 활동은 즐거울 수 있지만, 치료적 변화는 없습니다.
2. 내담자를 보지 않고 식물을 먼저 정하는 프로그램
좋지 않은 프로그램일수록 “이번 달은 어떤 식물을 할까?”부터 시작합니다.
원예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것은 식물이 아니라 내담자(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 ADHD 아동에게 긴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
- 우울대상자에게 성취감 없는 반복적인 활동
- 치매 어르신에게 복잡한 인지과제
이 경우는 내담자를 금방 지치게 하거나 실패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강조하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좋은 원예치료프로그램은 식물중심이 아니라 인간중심이다.
3. 치료사가 ‘강사’ 역할에 머무는 프로그램
원예치료의 핵심은 식물이지만,
변화를 만드는 요소는 치료적 관계입니다.
실패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치료사가 이렇게 됩니다.
- 설명하는 사람
- 진행하는 사람
-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
하지만 원예치료사는 달라야 합니다.
저는 원예치료프로그램 중에서 내담자의 반응을 관찰합니다.
- 흙을 만질 때의 표정
- 식물을 대하는 태도
- 실패했을 때의 반응
- 타인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매 순간 감정표현이 언어로 연결됩니다.
그 과정에서 식물은 매개가 되고,
참여자는 자신의 마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4. 기록과 사례개념화가 없는 프로그램
많은 기관에서 프로그램이 끝나면 남는 것은 사진뿐입니다.
하지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 기록입니다.
저는 매회기 원예치료 프로그램 진행 후 다음을 정리 기록합니다.
- 정서 반응변화
- 행동 패턴
- 관계 형성 과정
- 다음 개입방향
기록이 없으면 치료는 누적되지 않습니다.
매회차 새로운 체험으로 끝나게 됩니다.
원예치료는 단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변화가 이어지는 다회성프로그램 치료과정입니다.
5. ‘힐링’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프로그램
최근 원예치료프로그램을 분석하면 ‘힐링’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하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식물은 사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 현장에서는 힐링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입니다.
치료프로그램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목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치료의 의도
- 심리적 근거
- 개입 전략
- 변화의 평가
힐링만 강조되는 순간
전문성은 사라지고 체험프로그램이 됩니다.
여기서 원예치료사들이 가장 많이 욕을 먹는 부분입니다.
6. 식물이 사람을 치료해 줄 것이라는 오해
가끔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식물이 알아서 치유해 주지 않나요?’
식물은 강력한 매개이지만,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경험을 해석해 주는 치료사의 개입입니다.
좋은 원예치료사는 식물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설계하는 전문가입니다.
원예치료가 진짜 치료가 되는 순간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
- 표정이 변했는가
- 관계가 달라졌는가
-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는가
- 삶의 태도가 움직였는가
그 변화가 시작될 때
원예활동은 취미를 넘어 치료가 됩니다.
원예치료는 식물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회복 과정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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