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치료 칼럼
[원예치료 칼럼] 우울증과 원예치료 — 식물이 감정을 회복시키는 방법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식물 하나가 이유가 됩니다
박진우 | 사례개념화 기반 원예치료전문가 · 박진우원예치료센터장
반갑습니다.
사례개념화 기반 원예치료전문가 박진우입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요."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특히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불균형이 감정 조절과 동기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힘내세요"라는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됩니다.
그렇다면 원예치료는 왜 우울증에 효과적일까요?
1. 식물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는 무감각(anhedonia), 즉 무엇을 해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좋아하던 것도, 먹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식물은 이 무감각의 벽을 조용히 넘어옵니다. 흙의 촉감, 물이 스며드는 소리, 새싹이 올라오는 순간의 작은 설렘. 이 감각들은 뇌에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닌, 아주 작은 감각의 회복에서 치료는 시작됩니다.
2. 돌봄이 자기돌봄으로 이어집니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밥도 챙겨 먹기 힘들고, 씻는 것도 버겁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다릅니다. "내가 물을 안 주면 이 아이가 시들 수 있다"는 작은 책임감이 생깁니다. 이것이 치료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일어나기 힘들었던 분이, 식물을 위해 일어나는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첫걸음이 됩니다.
이것을 원예치료에서는 '대리 돌봄을 통한 자기돌봄 회복'이라고 합니다.
3. 자연은 판단하지 않는 치유 공간입니다
우울증을 겪는 많은 분들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습니다. 표정을 읽혀야 하고, 말을 골라야 하고, 반응을 신경 써야 하는 관계가 지칩니다.
식물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기분이 나빠도, 아무 말 없이 물만 줘도 됩니다. 이 안전하고 비심판적인 공간이 우울한 마음에 숨 쉴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연구에서도 녹색 자연 환경 노출이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원예치료는 우울증을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연결을 만드는 것입니다.
박진우원예치료센터의 우울증 원예치료 접근
저는 우울증 내담자를 만날 때 가장 먼저 사례개념화를 통해 핵심 문제를 파악합니다. 우울증이라는 같은 진단 아래에도 사람마다 이유와 양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무기력과 의욕 저하가 중심인 경우 → 빠른 성장이 보이는 식물로 성취 경험 설계
- 관계 단절과 고립이 중심인 경우 → 소집단 원예치료로 안전한 관계 경험 제공
- 자기비난과 낮은 자존감이 중심인 경우 → 완성 중심 활동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 축적
어떤 식물을 심느냐보다, 그 사람에게 맞는 치료 설계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많이 지쳐계신 분, 혹은 주변에 그런 분이 계신다면 — 작은 화분 하나가 생각보다 큰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 박진우원예치료센터장 · 사례개념화 기반 원예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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